Sunday, April 13, 2014

이병률 <화분>

이병률 <화분> 

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마는
약속한 그대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
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
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
봄날이 이렇습니다어지럽습니다
천지사방 마음 날리느라
봄날이 나비처럼 가볍습니다
그래도 먼저 손 내민 약속인지라
문단속에 잘 씻고 나가보지만
한 한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
여한이 없겠다 싶은 날그런 날
제물처럼 놓였다가 재처럼 내려앉으리라
햇살에 목숨을 내놓습니다
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
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

- 이병률 시집 <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> 中 문학동네

이병률 시인.
말로 시로 마음을 쾅.쾅. 두드리는 사람.
아프고
설렌다.

Wednesday, March 12, 2014

D-36

잊고서 여러 걸음을 내딛었다 생각해도
아직 그 자리.
벌써 1년이 지났다.


에우리디케처럼
그 기억이
나를 한없이 과거로 이끈다

우린 이제 함께 그 터널을 통과할 수 없는데,
나의 마음은  
여전히 뒤를 보며 
돌이 된 <너>를 원망하고 있다.
돌로 만든 <내>가 아닌.

오르페우스의 리라를 하늘에 별로 묻은 뮤즈처럼

누군가 나의 리라를 
어딘가에 묻어주라.

더 이상 이 슬픈 노래를 할 수 없도록.